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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상도

문경새재 도립공원 #2 - 걷기 좋은 문경새재, 겨울 문경새재 트레킹.

#2

영남 지역 선비들이 조정출사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위해 많이 지나다녔던 고갯길,
새들도 넘기 힘들 정도로 험한 고개라 불리던 곳, 문경새재.
오늘 하루는 자신이 과거를 보러 한양을 가고 있는 선비라 생각하며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1관문에서 3관문 너머까지는 약 8km정도 되는데 산책로가 아름답게 잘 닦여져 있어
아이들과 걷기에도 부담이 없어 보였다.
특히 오늘 문경새재의 설경은 그 어느 계절보다 정말 아름다웠다.

...




걷는다. 그리고 또 걷는다.
세개의 관문 중 이제 겨우 제1관문만 지나왔을 뿐이다. 제2관문은 좀처럼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그렇지만 걷는동안 지루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문경새재길은 걷는 중간중간에 작은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아름다운 설경에 취하고 작은 볼거리들로 양념을 더하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걷게 된다.

우측으로 작은 길이 나 있고 '무주암'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무주암을 보기위해 산책로를 벗어나 작은 길로 들어서 본다.
발자국이 없는걸로 보아 내가 처음인듯 했다.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지만 급할것도 없고 신경쓸 일도 없다. 누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그냥 가보고 싶으면 가면 된다.
혼자여행은 이래서 좋다.^^


...

무주암은 누구든지 올라 쉬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바위로
옛날에는 이 바위 아래에 무인 주점이 있어 술과 간단한 안주를 준비하여 두었다.
길손들이 이 바위 위에 올라 주변의 경치를 즐기면서 목을 축인 후 마신만큼의 주대를 함에 넣고 가도록 하였다고 한다.
새재골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바위 위에 않으면 맞은 편 조령산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무주암.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사람키보다 높다.
혹시 지금도 무인 주점이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바위 주변을 한바퀴 돌아봐도 역시 없다. ㅎㅎ
대신 직접 바위 위에 올라가 보았다. 눈이 쌓여서 미끌미끌 조심조심...
생각만큼의 경관은 아니었지만 기분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곳에 올라온듯 하다.
눈때문에 내려오다 결국 미끄러졌지만...^^

그때 마침 오늘 만난 외국인친구 페레렐라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페레렐라~! 너도 한번 여기 올라가보는게 어때?"
"난 괜찮아. 너 미끄러지는거 봤어."
"어...그래?...^^; 사실 별로 볼 거 없어...T.T"



이곳은 '마당바위'가 있는 곳.
이번에도 산책로를 잠시 벗어나 마당바위를 찾아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본다.
마당바위야...어딨니???
혹시 저기 저 바위인가? 느낌이 팍팍 오는걸?












마당바위

타원형으로 된 이 바위는 긴쪽이 약 5m, 짧은 쪽이 약 4m 정도 되는데
지금은 새재를 찾는 사람들이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이용되지만
옛날에는 도적들이 이곳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덮치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오...그래?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음...분위기가 그럴만도 하구나!
그런데 여름에 이곳 소나무 숲에서 잠시 쉬어가면 정말 시원하겠다~








다시 걷는다.
와...이게 바로 원조 크리스마스 트리구나!
새재길을 올라갈수록 눈도 많이 쌓여 있고 날씨도 점점 쌀쌀해 진다.
고로 기분은 더 상쾌해 진다. ^^
나는 눈 내리는 겨울을 사랑하나보다.











주막

선비들과 상인 등 여러 계층의 선조들이 새재길을 오르다 잠시 쉬어가던 곳.
여독을 푸는데는 역시 한잔의 '술' 아니던가..!!
실제로 술을 팔지는 않는다.
주모는 안보이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드시는 몇몇 어르신들만 보였다.
나도 도시락 준비해올걸...!









산책로 옆을 따라 계곡물이 흐른다.
겨울이라 수량이 적어 직접 내려가 계곡 바위를 밟으며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오~ 느낌 좋은데~!













저기 어딘가에 '용추약수(龍湫藥水)'가 있다던데 이쪽 방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더는 발 디딜 곳도 없는데...(사실 미끄러져서 물에 빠질까 겁이 났다...^^;)














용추약수 위 산책로에는 '교귀정(交龜亭)'이란 곳이 있다.
교귀정은 새롭게 도임하는 신임감사와 업무를 마치고 이임하여 돌아가는 감사가 관인(官印)을 인수인계 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 앞에 있는 큰 소나무는 경상감사 교인식이 이루어진 교귀정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라고 전해진다.













앗! 페레렐라닷!
사진에 무언가를 열심히 담고 있는 페레렐라.
우리에겐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풍경도 그녀에겐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고향이 이스라엘이라 부모님과 가족은 이스라엘에 계시고
자신은 현재 호주에서 남편과 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 한국에 왔고
부모님 뵈러 이스라엘 가는 길에 한국을 잠시 거쳐 가는 중이라고...










잘 닦여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종종 옆으로 빠지는 샛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옛과거길' 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아마도 옛날 선조들이 실제 이용했던 길인것 같다.
한번 가볼까? 하다가 안가봤는데 지금와서 보니 후회된다.
보기에 눈이 많이 쌓여 있고 발자국도 없길래 망설였었는데 가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가볼껄...










눈이 오지 않았다면 다소 쓸쓸해 보였을 이 산책로도
오늘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너무 아름다웠다. 난 운이 좋은 가봐...
바닥엔 미끄러지지 않도록 모래를 뿌려 놓았다.
산책로는 자동차로도 지날수 있는 길이다.












돌탑 앞을 지나는데 우연히 페레렐라가 산책로 바닥에 있던 작은 돌을 툭~ 발로 가볍게 찬다.
"페레렐라! 그 돌 잠깐만 줘바! 여기 탑 위에 살짝 올려 놓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구!!"
"오! 정말? 그럼 저게 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쌓은 거란 말이야?...Really?? ^^ "













조곡폭포
조곡폭포 앞에는 친절히 포토존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겨울이라 물이 없다...T.T














저 멀리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페레렐라.
나도 나름 천천히 걷고 있는건데 저 친구는 오늘 밤도 문경에서 잘거라 급할게 없다네.
시계도 없어 시간도 모른단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구나~! 멋져부러~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에 와서 싸구려 시계 하나 샀는데 고장나버렸단다.
괜시리 내가 미안하군...^^










짜잔! 드디에 나타난 제2관문 '조곡관'















페레렐라는 사진찍히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다.
어쩌면 남의 사진에 자신이 들어가는걸 실례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내가 제2관문을 찍고 있는 동안 지나가지 않고 계속 서 있길래 그냥 지나가라고 손짓한 후 한장 찍었다.
사진에 사람이 없으면 심심하잖아~^^

암튼 우리나라처럼 디카가 많이 보급된 나라가 있을까?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이나 사물을 마구 찍어대긴 하는데...
모르겠다. 외국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영어가 짧은 관계로...T.T







목도 마르고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싶기에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 페레렐라를 약수터로 안내했다.
아쉽게도 문경새재에는 안내문이나 이정표가 오직 한글로만 되있다.
모든 이정표가 한글로 되어있다보니 이곳에 약숙터가 있어도 그냥 산책로만 따라가게 된다.

암튼, 약수를 마신 후 이곳 저곳 사진에 담고 있는 페레렐라.
그녀는 계곡을 찍고 나는 그녀를 찍고.









문경새재의 겨울.















나무들 사이로 작은 굴이 하나 보인다. '바위굴'
이 바위굴에는 전설이 있다.

...

먼 옛날 새재길을 지나던 길손이 갑작스런 소낙비를 만나 이 바위굴에 들어오니
마침 과년한 처녀가 이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어 두 남녀가 깊은 인연을 맺고 헤어졌다.
그 후 처녀가 아이를 낳아 십수년이 흘러 아이가 성장하니 주변에서 아비 없는 자식이라 놀림이 심하므로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내력을 물은즉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여 주고 아비의 엉덩이에 주먹만한 검은 점이 있다고 하였다.
그 후 아이는 아버지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던 중 어느 깊은 산골에서 세찬 호우를 만나 주막에 들었는데
먼저 들어 있던 중년의 선비가 말하기를 "어허 그 빗줄기 마치 새재우 같구나"함으로 이에 아이가 짚이는 바 있어
'새재우'가 무슨 뜻이냐고 물은즉 어머니와 같은 이야기를 함으로 아이가 자신의 내력을 말하고 확인한 즉
부자지간임을 알게 되어 아버지를 모셔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며
지금도 청춘남녀가 이곳에 들면 사랑과 인연이 더욱 깊어져 평생을 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



귀틀집.
귀틀집은 주로 산악지대에서 사용되던 한국식 통나무집이라고 보면 된다.














하얀 눈과 함께 진한 소나무 향기가 시원하게 불어올것 같은...















제3관문이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어지고 아까보다 기온도 많이 내려간다.
이곳이 해발 몇 미터 더라...?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제3관문 '조령관'
짙은 안개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쯤 되었었나? 계산해보니 4시간 정도 걸린것 같다.
팜플렛에는 2시간이라고 적혀있긴 한데...눈도 오고 내가 천천히 걷긴 천천히 걸었나 보다.
아마도 평상시엔 보통 걸음으로 2~3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주차된 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특별히 난코스가 있다거나 경사가 급한 코스는 없다.










조용하다. 기분이 좋다.
멀리서 뒤따라 오는 페레렐라만 보일 뿐, 아무도 없다.














제3관문을 지나면 안내소와 함께 내리막길이 나온다.
저곳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팜플렛 지도상으로도 여기까지만 나와있다.
내려가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모르는 저 길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 나을듯 싶었다.
페레렐라는 저 곳으로 내려가 보고 싶어하는것 같았는데,
나는 문경터미널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몸이라...











뒤편에서 바라본 제3관문 '조령관'















조령관 앞에 있는 쉼터에서 페레렐라와 잠시 쉬었다 내려가기로 했다.
다양한 술과 전 종류를 파는 곳인것 같은데 페레렐라가 지금은 별로 술마시고 싶지 않다고 하여 간단하게 커피한잔을 주문한다.
이런데서 전통주 한잔과 파전을 먹어주는게 코리안 스타일인데...쩝.
암튼, 종이컵 믹스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자리에 앉았다.

페레렐라는 오늘 하루 여기서 더 묵고 내일 설악산 대청봉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아무런 장비없이 눈덮인 설악산을 오르는건 정말 위험하다고 그리고 여기보다 훨씬 추울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괜찮다고만 한다.
오늘 이곳 날씨도 추워하는것 같던데...쩝. 암튼 지금쯤 설악산 무사히 등반했으려나?








다시 문경새재 입구로 내려올 때는 페레렐라와 계속 이야기 나누며 함께 걸었다.
그리고 제1관문 앞에서 그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다시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기억속엔 오랫동안 남겨두고 싶다.













문경새재 주차창에서 문경터미널로 가는 버스시간표
마지막 버스가 19:05분 이다.
멀지 않은 거리니깐 버스를 놓쳤거나 기다리기 싫다면 콜택시를 이용해도 될듯 싶다.
(정류소에 콜택시 전화번호 적혀있음)

페레렐라와 나는 문경새재 입구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19:05분 버스를 타기로 했다.
비빔밤은 어제 두 번이나 먹었다길래 갈비탕을 시켜주었는데 다행히 잘 먹는다.^^
밥값은 구지 자기가 내겠다고 난리다. 어? 호주나 이스라엘에도 이런 문화가 있나?
암튼, 잘먹었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운좋게도
방금 먹었던 식당 사장님께서 퇴근하시는 길에 우리를 발견하시고 문경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셨다.^^




결국 나는 동서울행 19:40분 막차를 타게 되었다.
버스 시간까지 30~40분 정도 남았었는데 이 막간을 이용해 페레렐라의 권유로 근처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

"페레렐라,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몸조심하고 남은 시간 좋은 여행하길 바래~
그리고 내 엉터리 영어 알아들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Bye Bye~~~"

...




2011. 2. 17.